[같이걷는가게] 갓 구운 빵처럼 따끈한 마음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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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6-23 11:38
- 조회14,7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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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걷는가게, #1 까사드선주
지파운데이션에는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가 구별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매월 정기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지파운데이션과 같이 걷고 계신 후원자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중 카페, 음식점, 학원 등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계신
후원자님들의 나눔 이야기를 "같이걷는가게"를 통해
후원자님께 전달해드리려고 하는데요.
그 첫번째 주인공은 <까사드선주>의 신선주 후원자님입니다.
바삭하고 따끈한 크로와상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장님의 이야기.
한번 만나보실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희동에서 작게 '까사드선주'라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신선주라고 합니다.
가게 이름이 굉장히 특이한데요. 이름에 대한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까사드선주’는 사실 ‘까사 데 선주’가 정확한 발음이에요.
‘까사’는 스페인어로‘집’이라는 뜻인데요. 손님들이 ‘편하게 친구 집에 놀러와서 맛있는 걸 먹는
느낌’으로 가게에 방문해주셨으면 해서 짓게 되었어요.
제빵분야에서 근무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20대를 굉장히 힘들게 보냈어요. 방 안에 틀어박혀서 나가지 않았고,
사람도 만나지 않았죠. 당시 사촌 언니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런 제가
걱정스러웠는지 ‘여기 와서 케이크 만드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달리 할 일도 없어서 시작은 했는데 좀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연차는 계속 쌓이는데 신입이 들어와도 제대로 일을 알려줄 수가 없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포기할 게 아니라면 제대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로는 관련해서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도 해가면서 일을 하니까 확실히 성장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재능도 없고 업무적으로도 안 맞는다고만 생각했는데
‘하기 싫었기 때문에 잘 할 수 없는 것’이었어요.
의욕 없이 일하던 그 시절의 저를 기억하는 동료들은 지금의 제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실제로 첫 직장 선배님께 가게를 오픈했다고 하니까 ‘너 아직도 이 일
하고 있었어?’ 하고 놀라시더라고요(웃음)
원래 디저트 드시는 걸 좋아하셨나요?
저희 집안이 원래 좀 먹는 것에 진심인 편인데요. 친오빠도 외국(애틀랜타)에서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고 처음 제빵을 시작하게 해준 사촌언니도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어서 쉽게 먹어볼 수 없는 좋은 것들을 많이 접해볼 수 있었고
그래서 메뉴 개발을 할 때에도 즉흥적으로 소꿉장난처럼 재미있게 도전해보고 있어요.
까사드선주에서 꼭 먹어야 하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잡곡 크로와상’입니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크로와상이 맛있는 빵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맛있게 만들면
맛있는 거였더라고요. 저희 빵은 버터가 다른 곳에 비해 많이 들어있는데 맛 자체는 깔끔하고
소화가 잘 됩니다. 바삭한 식감 때문에 '크로와상의 결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는 것 같다'고도
종종 표현하세요.
이 제품은 제가 시중에 없는 걸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건데 확실히 ‘잡곡’이라는 이름 때문에
선뜻 고르시는 분들은 잘 없었어요. 그런데 중독성이 있는 건지 드셨던 분들은 이것만 드세요(웃음).
두 번째는 ‘체리 데니쉬’인데요.
사실 ‘체리’는 보통 디저트류에 많이 올라가는데 설거지를 하다가 이 조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지금은 빵에 집중하고 있지만, 디저트 파트에서도 근무를 했던 적이 있어서 디저트적 요소가 가미된 빵을
많이 만들게 되어요. 찢어진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분야의 것들이 같이 어우러져 있달까요?
세 번째는 ‘코코넛 로쉐’입니다.
‘로쉐’는 프랑스어로 ‘바위’라는 뜻인데요. ‘로쉐’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보통 식감이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이 빵은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을 살렸어요. 코코넛 향이 강하면 느끼할 수도 있는데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도 깔끔하고 담백하게 드실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을까요?
매 주 오시는 프랑스인 손님이 계세요. 첫 방문 당시 가게에 있는 ‘에꼴 르 노뜨르(프랑스 유명 제과학교)’
모자를 보시더니 ‘너 여기서 공부했니?’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이후로 '프랑스 현지의 맛이 난다'고 하시면서 매주 와주세요.
한국인 아내분께서 말씀하시길, 남편분이 프랑스에 가시면 ‘연희동 크로와상이 먹고 싶다’고 하신대요.
굉장히 감사하죠! 정작 저는 프랑스에 가보지 않았는데 말이에요(웃음).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손님들이 맛있다는 말을 해주실 때도 물론 기분이 좋지만, ‘사장님 정말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사장님이 이 건물을 다 사버리시면 좋겠어요’ 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제가 지금은 굉장히 편안하고 밝은 모습으로 있지만,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굉장히 많았어요. 손님이 없는 날에는 ‘이 빵 다 남으면 어떻게 하지?’하면서
우울해 하다가 또 손님이 오시면 막 들떠서 좋았다가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단골손님들이 오실 때마다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해주시는 걸 들으면
‘내가 뭐라고 이렇게 말해주시지?’라는 마음이 들어서 정말 감사하고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또 그 말들이 제가 더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이제 후원에 관련된 질문을 드려보려고 해요.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 어머니가 은퇴하시고 소일거리로 지하철 매점에서 일을 하셨어요. 오후 3시가 되면 떡을 할인해서
판매하는데 그 시간이 다가오면 어르신들이 주변에서 기다리셨다가, 딱 3시가 되면 사 가시는데 한 팩은
그 자리에서 허겁지겁 드시고, 나머지는 소중히 가져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지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원래는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고,
평범한 삶을 살던 분들이 많다고 해요. 그저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진 것 뿐인데
나이 듦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겪게 되는 일이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도움을 실천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후원단체 중 지파운데이션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는 직접 만든 빵을 기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음식을 기부할 수 있는 곳은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노인후원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우연히 한 친구가 지파운데이션에 후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평소 굉장히 똑똑하고 야무진 친구라서 그 선택을 따라가도 되지 않을까 해서 검색해보니,
사업에 대한 후기도 자주 올라오고 투명하게 일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정기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후원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격려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도움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나눔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 모를 타인을 향한 좋은 마음을 미루지 말고 실행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시게 될 거예요.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근거 없는 자신감일 수 있지만, 저는 제가 잘 될 것 같거든요(웃음). 제가 존경하는 분의 책에 있는 말인데요.
‘터널은 끝이 있다. 하지만 그 끝은 터널을 다 지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다’. 지금 많이 어둡고 힘든 상황에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걷다 보면 어두운 터널의 끝이 올 거니까, 지금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얼른 잘 돼서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이 베풀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런 느낌이 듭니다(웃음)!